한계레 잡지 광고를 보고 읽게 된 책...
ICC 캠퍼스까지 비 쫄딱 맞으며 구해서 읽었는데-
주말에 다 읽어 버렸다.
아... 아름인 너무나 예쁜 아이다
그리고 바라는 대로 정말 웃긴,, 재밌는 자식이다
철없는 부모와 늙은 자식의 재밌고 짠한 이야기
군데 군데 작가의 문체가 너무 너무 아름다워서
베껴서 적고 싶은 구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주말의 무료함을 웃음과 눈물, 감동으로 채워준 책~
완소 완전강추.... ★★★★★
그나마 책갈피로 잡아둔 몇 구절 살포시 옮겨본다.
"아빠."
"엉?"
"지금 슬퍼요?"
"응."
"나 때문에 그래요?"
"응."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아버지가 멀뚱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뭔가 고민하다 차분하게 답했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수 있다는 것,"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아빠?"
"응?"
"전 이미 아이인걸요."
"그래, 그렇지......"
*
얼마 후 나는 그가 아버지와 같이 있을 때와 아닐 때 얼굴이 바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조금 전에 적은 메모 아래 닮은 꼴 질문을 하나 추가했다.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그러자 뜻밖에도 방금 전까지 쩔쩔맷던 문제의 실마리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거다. ....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
"어? 아냐, 아냐. 그럼 이번에는 다른 걸 물어볼게......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니?"
"......"
어머니와 나는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승찬 아저씨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아마 내 증상과,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묻는다는 게 잘못된 표현으로
튀어나온 듯 했다.
"그럼, 젊다는 건 어떤 기분인데요?"
"어?"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에요. 저는 제가 젊었을 때 기억이 없거든요."
그녀는 콧잔등의 땀을 한번 닦아낸 뒤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어, 글세, 나도...... 잘 모르겠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저도 그래요."
*
"누가 그러는데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대요."
"응, 그렇지."
"건강한 것. 형제간에 의좋은 것. 공부를 잘하는 것. 운동을 잘하는 것.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 것. 부모보다
오래 사는 것 ...... 많잖아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냈어요. 그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자고."
"그래?"
"네."